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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한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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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비처럼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운 곡조가 우리의 내면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까탈을 부릴 필요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가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잔잔한 파문을 낳는다. 그렇게 두근거림은 시작되고 또 감동의 물결이 퍼져간다.
박희숙씨는 천상의 노래를 화면에 담는 작가이다.
그가 들려주려는 노래는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지상적인 곡조(曲調)는 아니다. 지상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아마 하늘나라에 가서야 들을 수 있음직한 아름다운 가락의 노래이다. 난생 처음 들어 보지만 매우 익숙하고 곧 음정과 멜로디를 기억할 수 있을 정도다. 어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을 때의 아늑함이랄까, 거기엔 포근함과 평안(平安)이 듬뿍 실려 있다.
예술이 우리가 갈망하는 것의 표현이라면 박희숙씨는 그런 갈망을 시각적으로 형용하는 작가임이 틀림없다. 지상에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돌아갈 곳을 예감하기 때문이리라.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다만 희미한 기억의 아지랑이요 그리움의 그루터기로만 남아 있는 그런 영롱한 예술을.
그의 작품에는 수많은 악기가 등장한다. 트럼펫, 오보에, 트롬본, 플롯,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에서 류트와 같은 현악기, 그리고 고대근동 지역의 나팔이 등장한다. 알다시피 나팔이란 출전을 하거나 승전 또는 기쁜 소식을 알리는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기타의 형님뻘이 되는 류트 역시 고대에서부터 춤을 추거나 사랑의 멜로디를 담는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그의 아템포는 악기와 음악용어를 차용하여 표현되며 또한 직접적으로 그 악기로 연주되었을 곡조를 담아내기도 한다. 특히 나팔을 옮긴 작품이 그러하다. 철로 만든 나팔은 오랜 시간에 표면이 녹슬었지만 입을 대면 금방이라도 오묘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어도 곡조를 재연할 수는 없다. 현재는 다만 그림을 보면서 연주되었을 곡조를 짐작할 뿐이다.
음악은 악기로만 나오지 않는다. 사실 지상세계는 모두 음악으로 차 있다. 폭포의 심포니, 비의 은밀한 속삭임, 풀벌레의 독주, 온몸을 흔들며 연주하는 나무들, 은은한 바람의 녹턴, 냇물의 잔잔한 소나타. 우리 곁에는 자연의 노래가 있고, 그래서 위대한 미학자이자 신학자 어거스틴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이 창조주를 영화롭게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어거스틴은 까마득히 잊혀진 것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천상의 가락들, 우주에 진동하는 창조주에 대한 찬양들을 자연에서 발견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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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씨는 악기를 통해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와 들어야 할 소리를 들려준다. 가장 수준 높고 지고지순한 노래, 그 노래란 영광중에 계신 전능자를 향한 기쁨의 노래이며 이 노래를 부를 때 인간은 제일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기쁨의 노래를 부르면 마음의 치유와 영혼의 회복, 흔히 맛볼 수 없는 환희와 희열에 빠진다. 천국의 가락은 인간을 위로하고 참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효력을 지녔다.
그의 작업은 극도로 섬세하게 제작되었다. 프린트된 작품이미지를 바탕에 부착하고 나머지 종이를 떼어낸 다음 이미지만 남게 하는 수법이다. 그렇게 되면 화면에 프린트를 한 건지 프린트된 종이를 콜라주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일단 화면에 이미지가 얹혀 지면 투명한 메디움으로 일종의 도장(塗裝)과정에 들어간다. 이 부분은 이미지를 얹히는 과정만큼이나 까다롭다. 왜냐하면 일정한 두께 감을 내기 위해 꼬박 1백번의 붓질을 하기 때문이다. 붓 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숨을 죽이고 신중히 손을 좌우로 움직인다.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물의 양을 조절하고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도 막고 붓을 움직이는 힘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어지간한 인내심을 갖지 않고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한마디로 보기는 쉬어도 만들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그의 의도는 작품제목 <어 템포 A Tempo>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은 ‘원래 박자대로’란 뜻을 지닌 음악용어이다. 한마디로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주신 신적 형상을 회복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어 템포>는 아담과 하와가 살던 시대로의 귀환이요 낙원의 삶에 대한 간절한 희구이다. 그 세계는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났기 때문에 음악이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즐거울 때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듯이 박희숙씨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을 거닐며 불렀을 노래를 재생하려는 것이다.
그의 <어 템포>는 다성 음악처럼 여러 음색을 낸다. 인간의 참된 형상을 회복하자는 취지, 사람이 원래대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소망, 거룩하고 영화로운 노래를 각각 형용하고 있다. 소망이 있고 뚜렷한 목표가 있으며 게다가 신령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할 것이다. 그는 세상에는 없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숙씨는 그 같은 설레는 마음을 품고 우리를 최고의 행복한 나라로 초대한다.
서성록(미술평론가)
A tempo, 150x150cm, mixed media, 2009
A tempo, 150x150cm, mixed media, 2009
A tempo, 150x150cm, mixed media, 2009
그 분은 어느 날 내게서 검은 멍에를 벗게 하시고
그의 붉은 보혈로 감싸 안으시며 “너는 내 것이라” 속삭이셨다 .
눈보다 더 희게 빛나는 나를 만드신 그분을 위해 내가 무엇을 드릴까!!
드려도 드려도 채우지 못하는 하해와 같은 사랑 앞에 눈물로 감사하며 찬양하리라.
2009 A Tempo - 검정, 빨강, 하양 작업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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